독서노트4 - '책은 도끼다'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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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읽는 것을 회피해 왔는데

 이번에 처음 제대로 된 인문학 책을 읽어보았다.

 

 

 

 

 

 

'책은 도끼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이 작은 한 단락만 읽었을 뿐인데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리고 그 단락을 계속 읽고 또 읽었다.

작지만 깊은 곳에서 감수성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책의 저자는 광고 만드는 박웅현님이다.

광고 만드는 사람이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참 신선했다.

그는 실제로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 광고를 제작한다고 한다.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인문학을 어떻게 활용해서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인문학만큼 창의적이고 풍부한 감성은 없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책이 다른 책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저자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강의하는 모습이 책에 전개가 되기 때문에 강의를 듣듯이 책이 술술 읽혔다.

흔히 말하는 방구석 1열에서 고급 강의를 듣게 된 셈이었다.

저자가 말하듯 이 책이 다른 책으로 관심이 가게끔 자연스럽게 다리를 연결해 준 것 같다.

 

 

 

책에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 나를 깨우는 도끼 같은 문장들이 참 많았다.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 된 놈! 덜 떨어진 놈! "

 

- 이철수 <땅콩>

 

 

자연현상을 순식간에 사람의 것으로 이입시키는 위트 있는 문장들.

이러한 문장들을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하상욱 시인.

SNS에 짧게 올리는 시들로 인해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해 인기가 참 많았다.

 

 

 

"사느라 바쁘고 싶다.

사고 싶은 거 사느라."

 

"나는 회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듯이."

 

- 하상욱 <시밤> <시로>에서

 

 

짧지만 강하게 다가오는 문장들.

이러한 표현들이 최근에 들어서 나온 것인 줄 알았지만 앞 서 본 이철수 작가의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90년대 초중반에도 있었다니.

하긴 언어유희는 우리 민족의 고유 표현이 아니겠는가.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을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나도 올해 몇 권의 책을 읽겠다며 선언을 했는데 이것 또한 책 권수 맞추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친구들이 일도 잘하고 인생이 풍요롭죠."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나 감동받았던 구절을 메모해두었더니 더 기억에 잘 남는다.

내 기억에 있는 만큼 삶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감동받으며 하나라도 더 의미 있게 본다면 삶은 풍요로워지니까.

 

 

 

김훈의 책 <자전거 여행>을 설명하면서 산수유를 표현한 것이 있었다.

작년과 재작년 봄에 구례 산수유 마을 축제를 다녀왔는데 축제니까 단순히 사진 찍기에만 급급했었던 기억이 있다.

산수유를 표현한 멋진 문장들을 미리 보았다면 산수유를 보았을 때 좀 더 의미있게 보고 감동받아 그 날 하루는

참 풍요로웠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장들을 알게 되었으니 올 봄에 꽃이 피었을 때에는 내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겠지?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 <자전거 여행> 중에서

 

 

 

또한 우리가 창의적이게 보지 못하는 이유를 '결핍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고 소중한 것들이 그렇게 그냥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제일 느린 게 '후회'라고 했던가. 일상에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느껴봐야지.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가장 '도끼'로 다가온 문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는 행불행을 조건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니까요.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흔히 컵에 물이 반 남아 있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컵에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라는 불행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똑같은 상황이지만 불행과 행복을 선택하는 것은 자기 몫이다.

이 구절을 읽고 누군가 도끼로 내 머리를 때리듯 멍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말하는 도끼로 나를 깨우는 게 이런 거구나!

 

 

이 밖에도 참 많은 구절들이 나를 깨워주었다.

책 속의 책을 읽는 기분이랄까.

책 한 권으로 다양한 책을 짧은 시간에 많이 읽은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마인드 맵으로 연결되듯이.

 

 

그렇게 읽으니 자연스레 내가 읽었던 책들과도 연결이 되고 공통적인 면들을 찾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안나 카레니나>와 양귀자 <모순>에 나오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부러워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추었지만

자기 스스로는 '설정의 세계'에 지쳐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모와 닮아있다는 걸 찾아내듯이 말이다.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마지막에 다시 한번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떻게 독서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광고인 박웅현의 '책(인문학)을 읽읍시다'라는 홍보가 제대로 먹힌 듯하다.

은근히 뇌리에 계속 인문학이라는 게 생각나니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구절로 마무리하려 한다.

행복은 선택이다.

행복은 바로 여기 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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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작은 여행으로 행복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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